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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 리스트를 써보는 건 어떨까?


다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 리스트를 써보는 건 어떨까?

오랜만에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켰다가 임경선 님과 요조 님의 교환일기가 시작된 것을 알게 되었다. 저번 달부터 시작했다고 하는데 한발 늦은 감은 있지만 연재 중에 알게 된 것이 어딘가. 아 블랙핑크 앨범을 전체 플레이하면서 글을 쓰는데 머릿속이 너무 어지럽네. 끄고 적어야겠다. 역시 힙합이나 댄스곡은 운동할 때 정열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지만 이런 글쓰기에는 듣기 좋은 장르는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다시 듣게 된 오디오 클립 때문에 오랜만에 잔잔하게 웃었다. 임경선 님과 요조 님의 나이를 듣고 흠칫했는데 역시 걸 크러쉬들. 후후후. 경선님은 나보다 15살이 많고 요조 님은 나보다 6살이 많다. 남편과도 동갑인데 오디오 클립에 나와 있는 사진상으로 보면 20대 못지않은 미모의 소유자다. 네이버에 요조라고 검색해보니 초록색? 파란색? 머리의 신비한 미인이 떡 하니 프로필 사진으로 떠있다. 그녀는 신비로운 미녀구나.

특히 듣다가 빵 터진 부분이 경선님은 한겨울에도 절대로 내복을 하의로 껴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철칙인데 내복을 하의로 입게 되면 다시는 연애소설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어째서 내복 하의를 바지 안에 입으면 연애소설을 못 쓰게 된다는 것인지 조금 생각해봤다. 아마도 낭만적인 어떤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라서 경선님이 기피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나이가 들 수록 무거운 옷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나는 20대 후반부터는 크로스백도 안 메고 다니게 되었고, 가방도 무거운 것은 질색하게 되었다. 그것이 샤넬이든 입생 로랑이든 상관없다. 무거운 건 질색이다. 그래서 어디에 놀러 가도 최소한의 짐만을 가지고 가는 편인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캐리어에 몽땅 집어넣어버린다.

지금도 우리 가족이 외출할 때 쓰는 자그마한 천가방은 무게가 100g도 안 되는 얇은 천가방이다. 물건을 찾을 때 애먹지만 들고 다닐 때 훨씬 편하다. 옷도 마찬가지다. 내가 입었을 때 답답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옷은 나도 모르게 손이 안 가게 된다. 그럼 롱 패딩은 어떡하냐고 물을 텐데 그것은 또 입는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거운 스웨터나 갑갑한 꽉 끼는 옷들과는 이제 바이 바이다.

스키니도 고무 바지가 훨씬 편하다. 우선은 지퍼가 내려갔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그것만으로 대 만족이다. 이번 임신에는 그래서 따로 임부복을 산 것이 없다. 첫째 아이를 가지고 샀던 검은색 스키니만 입고 있다. 고무로 된 것이고 아직 아이 낳고 살이 덜 빠진 상태에서 입던 것이라 임신을 해서도 잘 입어진다. 안에 기모처리가 되어 있어서 겨울 내내 잘도 입었다. 지금은 입기에 살짝 더운 감이 있지만 출산할 때까지는 입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배가 많이 나와서 허리를 한번 접어야 하지만 말이다.

좋은 옷을 사서 수년을 입는 것은 아우터에 한하는 것이고 티셔츠나 속옷 뭐 이런 것들은 자주자주 바꿔주는 편이 나은 것 같다. 티셔츠도 알 수 없는 영문이 가득 적힌 편보다는 차라리 민무늬에 작은 로고 하나 정도가 있는 심플한 것이 자주 손이 간다. 스트라이프 무늬는 어디든 매치해도 잘 어울리고 말이다. 옷도 즐겨찾기처럼 자주 입는 옷들은 너덜 해질 때까지 입게 된다. 올여름이 오면 아이와 남편의 옷도 몇 벌 사줘야겠다.

그리고 경선님은 후리스를 아직 입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집 가족들은 후리스 없는 겨울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살짝 웃겼다. 이 땅에 많은 후리스 인들이 보면 놀랄 말이다. 가볍고 따스한 후리스 같으니. 유니클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놈의 후리스는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봄, 가을 심지어 겨울에도 안에 입어주면 가볍고 따스해서 대만족이다.

오디오로 들은 것 중에 경선님의 바지와 후리스 이야기 말고 요조 님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하지 않을 것들을 먼저 생각해보라는 이야기였다. 요조 님은 거기서 원하지 않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기와 밤새지 않기 등등 여러 가지를 말했다. 그중에 신선했던 것은 생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대목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생리를 하는 건 여자의 특권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가 월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냄새도 나고 자주 화장실을 가야 해서 번거롭기도 하다. 신경 쓰이는 건 물론이고 그 시기에는 호르몬의 변화로 기분까지 사나워진다. 그렇다 해도 나는 월경을 늦은 나이까지 계속하고 싶다. 임신과는 상관없이 내가 여자라는 마지막 증거이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 말고 위에 언급했던 하기 싫은 일을 나도 적어보고 싶어 졌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
- 불편한 모임이라면 적당히 줄인다.
- 취미활동을 멈추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 55kg 이상 살찌고 싶지 않다.
- 자식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 남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거 말고도 많을 것 같은데 일단 5가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싫어하는 일을  정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잘 알아가는 길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 리스트를 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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