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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오늘도 떡 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나 혼자 설레발이다



오늘도 떡 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나 혼자 설레발이다



요즘 브라우니에 미친 거 같다. 일기에 반이상이 먹는 이야기인데 그중에 70퍼센트는 브라우니 이야기다. 나와 브라우니는 한 몸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우리는 친한 사이다. 하하하. 이런 이야기 남편이 질겁을 하며 아주 싫어하는데 이해도 된다. 임산부가 몸에 좋은 것만 가려가며 섭취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뜬금없는 초콜렛 타령이라니. 이러다 우리 아이 머리색이랑 동공 색상도 초코 아닐지 걱정된다. 이쁘겠네.

자고로 누워서 폰을 만지작 거리며 브라우니를 천천히 녹여먹는 것이 별미다. 시간을 재어본 적은 없지만 최소 마켓 오에서 나온 브라우니 하나를 30분은 먹는 것 같다. 아주 천천히 앞니로 초코를 조금씩 갉아 녹여먹는 것이다. 누가 보면 나 지금 다이어트 중인 줄 알 것이다. 나에게 누군가가 밥 한 끼 먹을래 브라우니 2개 먹을래 하고 물어보면 지금은 누워서 웹툰을 보며 브라우니를 입속에 천천히 녹여먹는 게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카페에서 사 먹었던 브라우니라면 당연코 투썸플레이스에서 파는 브라우니를 빼먹을 수가 없다. 뻑뻑하고 그 진득한 초코가 내 입맛을 저격한 것이다. 투썸은 전용 케이크 가게를 차려도 될 정도로 디저트 류가 아주 발달된 카페다. 개인적으로 스타벅스보다는 디저트는 당연코 누가 뭐라 해도 투썸이 우리나라 원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카페는 커피맛이지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후후. 아마도 나는 커피를 안 먹고 디저트 파라서 더 호불호가 강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카페에 가면 자주 먹는 것은 아이스 녹차라떼이다. 녹차가루는 반만 넣어달라고 하고 얼음은 조금, 휘핑크림은 올려달라고 한다. 달다면서 빼낸 녹차가루를 휘핑크림으로 만족한달까? 누가 보면 저런 맛없는 아이스 녹차라떼를 누가 먹어하겠지만 나에게는 지상 최고의 레시피다. 거기다 1시간 정도 방치해두면 얼음이 적절히 녹아 녹차맛이 더욱 옅어지는데 그러면 더 좋다. 아예 차에 방치해뒀다가 나중에 먹는 경우까지 있으니 이건 뭐 말 다했다.

원래부터 녹차라떼를 즐겼던 것은 아닌데 사람들을 따라 카페를 전전하며 커피를 못 마시니 이것저것 시켜 마시다가 정착한 것이다. 저 밍숭 한 레시피는 짜고 달고 매운 거 싫어하는 밍밍한 인간인 나를 위해 남편이 생각해낸 멋진 제조법이다. 아마도 내가 아르바이트생이라면 개짜증이 날 것 같은 조합이지만 나보다 더 한 주문러가 분명히 존재할 것을 알고 있기에 괘념치 않기로 했다.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것인데 말이다.

집 가까이에 스타벅스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수차례 했지만, 최근 임신을 핑계 삼아 자주 걸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집에서 약간 떨어진 카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본의 아니게 걷게 되어서 운동도 운동이지만 흔히 갈 것 같지 않아 만반의 준비 같은 것을 하고 가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잔 무료쿠폰과 배스킨라빈스 파인트 쿠폰 1장이 생겼는데 곧 사 먹어야겠다. 지금 날씨로 봐서는 오늘내일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아쉽지만 곧 날이 쨍쨍한 어느 날 꼭 사 먹으리라 다짐한다. 물론 아메리카노 쿠폰은 돈을 추가해서 아이스 녹차라떼로 바꿀 것이다.

그리고 미뤘던 안방 이불 정리를 한 차례 했다. 내일은 쌓인 빨래들을 정리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 오후에 집안일을 육아와 병행하며 하고 있다. 이 일과는 마치 워킹맘일 때와 다름없는 것이긴 한데 낮시간 동안은 집안일에 일체 손대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나름대로 고충은 있지만 완벽한 나만의 휴식시간이 확보되니 되려 행복감이 높아졌다.


포스팅도 몰아서 썼었는데 밖에 나갔다 와서 바로 하는 포스팅 1개, 어린이집 하원 시간 1시간 전에 간단히 그리는 손그림 포스팅과 장문의 심심풀이 30분 글쓰기 포스팅을 하니 딱 맞다. 더도 덜도 말고 이 페이스를 출산 직전까지 유지하고 싶다. 아마도 나는 조리원에 까지 무선 키보드를 들고 가서 타자를 칠 인간이다.

말로 하는 언어 표현보다 글로 하는 언어 표현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사실 이 글도 누군가에겐 그저 길고 긴 똥글일지도 모르겠으나 오늘도 뭔가를 써댄다는 느낌으로 나만의 만족글을 양산중이다. 내가 이토록 글 쓰는 걸 즐기는 양반인데 그동안 30년을 어떻게 견뎌낸 것인지 의아할 지경이다.

32살에 발견한 이 취미생활은 필사, 독서, 운동과 더불어 나만의 고상한 취미생활 안에 들어왔다. 물론 내 글이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냈으면 좋겠지만 거의 개인의 푸념에 가까운 글이라 출판조차 부끄럽다. 그렇지만 한 번쯤은 나만의 글로 꽉 차있는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다. 너무 재밌을 것 같다.  책 표지는 꼭 내가 그리고 싶다. 아주 엉망진창으로 그릴 테다.

그래서 서점에 진열해놓은 다른 책들 사이에 고고하게 낙서장 같은 이미지로 있어야겠다. 4살 난 우리 딸과 같이 그림을 그려서 표지로 만들면 더욱 의미가 깊어질 거 같기도 하다.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책 출판은 모든 이들의 꿈 아닌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서전까지는 아니지만 자전적 에세이라니 왠지 두근두근거린다. 이렇게 오늘도 떡 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나 혼자 설레발이다.

그래도 나만의 책, 나만의 취미, 뭐든 나를 표현하고 싶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