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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받는이가 없는 편지

안녕.

읽는 너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편지를 주려해. 나는 몸만 성장했지 아직도 어린애야. 알아야할 것도 많고 배워야할 것들도 너무 많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누군가가 날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해.

최근에 나는 슬럼프에 빠진거 같아. 좋아하는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도 시들해졌지. 사람들은 나를 보고 고집이 쎄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말해. 그럴때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합리화를 하게 되는 거 같아.

순수하게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었던 걸까? 그들의 말처럼 조금 더 숙이고 살면 될텐데 나는 왜 고집쟁이로 살아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자꾸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과 나 자신을 비교하게 돼.

어제는 말이야. 나와 별반 다를거 없는 글을 쓰는 것 같은데 브런치에도 연재하고 블로그도 여러개를 운영하고 있는 분을 알게 되었어. 나에게 없는 것은 무엇일까.

컨텐츠. 창의력. 글솜씨.

무작정 글을 잘 쓰겠다며 이러저리 휘갈기던 글은 사실 별 도움이 안됐나봐. 한걸음씩 나아가면 목표를 향해 도달한다는 말이 있던데, 나는 너무 천천히 걸어가서 한숨이 나와. 뛰고 싶어. 얼른 성공하고 싶어.

내가 말하는 성공이란 건 돈? 명예? 인걸까? 아니면 나자신이 만족하는 어떤 상태인걸까. 나는 크게 부자가 되지 않는한 글쓰기나 그림그리기, 노래들으며 걷기 같은 소소한 취미를 계속 이어나가겠지. 어쩌면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 취미를 더 확장시킬지도 몰라. 공상에 빠져 말도 안되는 글도 쓸지도 몰라.

모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인데 부자가 되어서 하겠다고 목표를 잡으니 도통 즐길수가 없어. 잔고에 돈이 없는건 아니지만 언제 사라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언제 아프고, 언제 죽을지 몰라서 벌벌 떠는 그런 인생. 부자가 되어도 공허할 것을 알면서도 되고 싶고, 아껴서 살아도 여행다니고 할 거 다해야 죽어서 여한이 없겠다는 모순적인 사고.

예전에는 나를 더 채찍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야 성공하고, 성공해야 돈이 많아지고, 돈이 많아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니 오히려 예전보다 공상도 줄어들고 생각이 너무 현실적이랄까? 아무튼 재미없는 사람이 됐어.

그런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나는 요즘 슬퍼. 개그맨이라도 됐어야 했나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