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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크리스마스는 개뿔

하나도 즐겁지 않은 크리스마스.
하나도 설레지 않은 크리스마스.

모두들 즐거워서 밖으로 밖으로 그렇게 나간다는데 나는 도대체 이게 뭐하는건가 싶은 오늘.

사랑이라는게 뜨겁고 영원하고 가슴두근거릴줄 알았는데 젠장. 이제는 사람이 사람을 보고 가슴이 뛴다고?하며 놀라버릴 나이가 되어버렸다.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설레임을 잊은지 오래되어버린 퀘퀘한 집구석에서 아이들 밥셔틀과 집안살림셔틀을 열심히 이행중인 나는 한심한 주부.

굳이 남편이 아니라도 이 새벽에 허심탄회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것이 이렇게 쓸모없는 글을 쓰게 만들었다. 자가연민. 그런거 정말 딱 질색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면 그날의 짜증나는 일부터 털어놔버리는 나는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릴줄을 모르고. 그저 내 감정 상할까. 다칠까. 나 피곤할까. 이런것만 생각하고 자의식에 도취되고 아무튼 이러니저러니해도 한심한 아줌마겠네. 맘충이라는거 정말 듣기 싫지만 결국 내 아이만 보게되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늙을수록 그 인품이 얼굴에서 묻어난다는데 나는 그래서 그런걸까? 예전에는 웃음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무표정을 장착하고 다닌다. 한번이라도 하루에 크게 웃은적이 있었나?

주부일에 충실한 삶을 살고 그러면 될텐데. 나는 사실 가사일이 너무 하기 싫다.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나가는것도, 쇼파에 가득 쌓인 빨래를 정리하는 일도, 모두 다 내일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하기 싫어진다. 최근에는 음식들도 죄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간편식들로 식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건강을 해칠바에는 차라리 첫째 아이 낳았을때 우유에 바나나, 블루베리랑 크렌베리 타서 먹던것처럼 먹는편이 훨 건강할테다.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 불평 불만을 토로하고 있겠지? 공인중개사, 영어단어외우기, 아기랑 놀아주기, 집안일 척척 해내기 뭣하나 뜻대로 한것도 없는데 바라는건 또 많고. 뭐하나 시작하지도 않으면서 벌써부터 다 이룬것처럼 상상만 하고 살아가는듯하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시무룩하다가 막상 어울려 놀게되면 체면차리고 의식하고 투정부리고 막 그런다. 한번씩 내 얼굴이 찍히는 사진을 보면 정말이지 나랑 누가 같이 다니겠어 싶은 마음만 들뿐.

웃기는건 이런 얼굴로 결혼은 어떻게 용케도 한 것 같다. 행복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 않은건 아니야.


행복의 기준이 돈이라면 나는 고작 2억정도밖에 안되겠지.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까? 그랬다면 아마 우울하고 적적해서 누구든 만났을것 같다. 한번 연애를 시작하니 그 사이의 공백을 참을수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내가 얼마나 외로워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다행인지 몰라도 딸을 두명 데리고 살지만, 아직까지 외로울틈은 1도 없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느정도 커서 분가를 하더라도 나는 외로움을 느낄 틈은 없겠지? 그런데 남편의 죽음은 모르겠다. 생각보다 나는 남에게 의지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요즘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독하고 당당한 장녀인줄 알았는데 타지에서 수년간 살아보니 혼자 있다고 당당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들과 함께 있다고 당당하지 않을껀 또 뭐람.

뭐든지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살기마련이지. 요즘은 나 자신이 이뻐지거나 아름다워지는 상상을 하지 않게 된 지도 꽤 지난듯하다. 젊은 시절에는 언제나 거울을 보며 더 이뻐지길. 더 날씬해지길. 상상하던 좋은 시절들이 있었다. 나는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짓던 기본적으로 짓고 있던 미소들도...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사는게 과연 맞는건지.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건지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벌써부터 사교육 시장에 우리 아이를 내던지려고 자세를 잡는 남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사실은 조마조마하다. 혹여나 아이가 거부하고 엇나갈까봐. 그래봐야 4살 여자아이니. 크게 엇나가봐야.

이런 새벽에 불만투성이 글만 쓰고 있네. 나에게도 미래가 있긴 있는걸까. 나도 그 지디를 닮은 그분의 말처럼. 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의 현실에만 집중하며 살아가는게 훨씬 더 안정적인 삶인걸까.

무엇이 되었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갈테고. 내 얼굴은 흐물어지고 아이들은 생그럽게 자랄테지. 어느덧 거동이 불편해질테고 아이들은 내가 보러 오라고 전화를 넣어야 한번 정도 보러올테지. 나는 그때쯤 이렇게 생각하려나. 어느 날좋은 한때에 나는 이제... 요양원에라도 들어간다면 다행일테지?

그러면서도 최근에 주고받은 댓글 내용이 굉장히 성가시고, 신경쓰이는 인물이 일부러 나를 배척하고 대하는듯한 뉘앙스에 살짝씩 기분이 상한다. 묻고 따지고 싶지만. 여기서 더 반응을 보이는게 더 이상해보이고 과해보일까봐. 잠자코 있는 쪽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역시나. 쉽지는 않네. 계속 신경쓰인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는 느낌을 받으면 되려 그 사람이 더욱 신경쓰이는 법이다. 무시로. 무시로. 일관되게 무시로.

그저 글자일뿐이야. 익명의 사람이지 진짜 만난게 아니야. 내가 이렇게 신경쓰이고 기분나빠 한다는걸 타인은 전혀 모르겠지. 그냥 물어보면 될텐데. -_-왜 나를 생까냐고.... 어차피 싸울꺼라면 한마디 정도는 던져볼수 있는거 아닌가.

내게 용기가 있다면. 1월쯤.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