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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우울한 날이 얼른 끝나가길

당연히 정신이 이상해질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일단 임신후 몸의 이상과 아이의 봄방학, 고열감기, 남편의 열감기 등이 겹쳐서 작년 1월중순 부터 지금까지 집에만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간에 출산으로 인해 산후조리원 갔다 온 이후부터 쭉 집에만 있다.

갓난쟁이가 집에 떡하니 있어서 데리고 나가기도 쉽지 않다. 다행히 둘째는 첫째때 보다는 주말에 여기저기 차를 타고 다니다보니 낯을 덜 가리는거 같다. 그렇지만 주말의 그 외출이라는 것도 도서관, 마트정도 이기때문에 내가 원하는걸 할수 있는 외출은 절대 아니였다.

그래서 요즘 집안일도 너무 하기싫고, 다 버리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가족은 소중하지만 너무나도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고 그립다. 엄마라는 역활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미술관도 혼자서 조용히 가보고, 카페라도 혼자 가보고 싶다.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하면 나가라고 쿨한척 말은 하지만 현실은 나가겠다고하면 아이가 자고 나면 가라 혹은 아이 어린이집 보낼때까지는 너가 참아라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첫째때도 이런 독방생활로 결국 주부우울증 비슷하게 걸려 힘들었는데, 슬슬 기미가 온다. 일단은 집안 일이 다 귀찮아지고, 아이도 보기 싫어진다. 아이가 울면 화부터 나고, 남편의 몇마디 말에도 예민하고 까칠하게 반응한다. 내가 화나고 짜증나고 그런 감정들이 이 집에 가장 힘없고 약한 아기에게 향하게 된다.

사랑한다고 말할수도 있지만 내안에 끓어오르는 분노와 짜증 같은것들이 겉잡을수 없이 폭발할때가 있다. 다행히 그런 면모가 신체적 폭력으로 나타난 적은 거의 없지만 아이들을 방목하듯 내버려두고 외면하는 식으로 나타나는것 같다.

지금도 남편 혼자 외출하고 집에 아이 둘과 함께 있는데 너무 답답하다. 이렇게 나 자신을 갉아먹고 아이를 외면하게 될 바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자차를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힘이 들더라도 남편은 재쳐두고 두 아이를 태우고 이리저리 다녀야 이 마음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랬으면 좋겠다. 무척 힘이 들겠지만.

내년 3월에는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차도 한대 사거나 남편것을 몰고 다니고, 헬스장도 가서 운동으로 땀도 좀 빼면 훨씬 기분이 나아지겠지? 두 달만 더 참자. 참자. 참자. 큰것을 해줄수는 없지만 하루 5분이라도 아이들을 안아주고, 밥도 잘 챙겨 먹이고, 틈틈히 책을 읽어주자. 이 세가지 정도가 최소한 내가 해줄수 있는 일들. 이 시기가 얼른 지나길 바란다.

2019년 12월 말
토요일 주말 오전 아침에 엉망진창인 우리집 쇼파위에서 티비보는 첫째 39개월과 보행기 타고 돌아다니는 둘째 8개월. 두 딸의 엄마로 사는 중. 우울함에 써보는 일기. 내년에는 이 시기에 일하는 중일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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